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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물권 사회적 이슈

해외에서도 식용하던 동물들, 왜 사라졌을까? 동물 식용의 역사와 변화

해외에서도 식용하던 동물들, 왜 사라졌을까? 동물 식용의 역사와 변화

 

세계는 왜 '먹던 동물'을 더 이상 먹지 않게 되었는가?

한국에서는 오랜 논란 끝에 '개 식용 종식법'이 제정되었고, 드디어 개를 식용으로 삼는 문화가 역사 속으로 사라지게 되었습니다. 하지만 개를 먹는 문화는 한국만의 이야기가 아닙니다. 세계 곳곳에서도 한때 식용으로 소비되던 동물들이 시간이 흐르며 더 이상 식탁에 오르지 않게 되었습니다. 사회, 경제, 종교, 감정, 윤리 등의 다양한 이유가 복합적으로 작용하여 식문화는 변화해 왔으며, 과거와 현재의 간극 속에 담긴 역사는 결코 단순하지 습니다. 이 글에서는 ' 과거 식용으로 여겨졌던 동물들이 어떻게 반려동물로 자리 잡았는지, 그리고 이러한 변화가 사회적, 윤리적, 감정적 측면에서 어떤 의미를 가지는지 살펴봅니다. 한국을 비롯한 세계 각국의 동물 식용 문화 변천사를 통해 인간과 동물의 관계 변화를 조명합니다

1. 고양이: 중세 유럽의 생존식에서 반려동물로

중세 유럽에서는 흑사병의 확산과 함께 고양이가 마녀의 동물로 낙인찍혀 학살당했으며, 식량이 부족한 농촌 지역에서는 생존을 위한 식재료로 사용되기도 했습니다. 프랑스와 이탈리아의 일부 지방에서는 고양이를 요리해 먹은 기록이 있으며, 고기 맛이 토끼와 유사하다는 표현도 있습니다. 그러나 르네상스 시대 이후 인간과 동물 사이의 감정적 교감이 재조명되면서 고양이는 점차 가족 같은 존재로 변화하였고, 식용에서 벗어나 반려동물로 자리 잡게 되었습니다.

2. 말고기: 귀족의 상징에서 금기의 음식으로

말고기는 오랜 기간 귀족의 전유물이었으며, 몽골 제국과 유럽 북부 지역에서는 고급 육류로 취급되었습니다. 프랑스의 중세 귀족들은 말고기를 특정한 의식이나 사냥 축제에서 즐겼고, 일본의 경우에도 한동안 '사쿠라니쿠(벚꽃고기)'라 불리며 일부 지역에서 소비되었습니다. 그러나 산업화 이후 말이 교통과 농업의 주요 노동력으로 자리 잡으면서 사람들은 말에 대한 감정적 애착을 갖기 시작하였고, 종교적 관점에서도 '신성한 동물'로 여겨지며 식용이 금기시되기 시작했습니다. 현대에는 일부 지역을 제외하고 말고기를 먹는 문화는 사라졌거나 극히 드물게 유지되고 있습니다.

3. 돌고래: 생존의 식량에서 보호 대상이 되기까지

일부 해양 민족에게는 돌고래가 전통적인 식재료였습니다. 일본의 와카야마현 타이지 마을은 그 대표적인 사례로, 세습적인 포획과 식용 문화가 수백 년간 이어져 왔습니다. 그러나 돌고래의 지능과 사회성에 대한 과학적 연구가 활발해지면서, 그들을 먹는 행위에 대한 윤리적 논란이 본격적으로 불거졌습니다. 국제사회의 비판과 함께, 돌고래는 '해양 포유류 보호 대상'으로 지정되며 대부분의 국가에서는 식용이 법적으로 금지되거나 강력히 규제되고 있습니다.

4. 고슴도치와 두더지: 유럽 농촌의 과거 흔적

프랑스, 영국, 독일 등의 유럽 농촌에서는 과거 고슴도치와 두더지를 식용으로 삼은 기록이 여럿 존재합니다. 특히 로마 시대의 향신료 요리에서는 고슴도치 고기를 구워 먹거나, 불에 구운 가죽을 벗겨 조리하는 방식이 있었습니다. 가난과 식량 부족이 만연하던 시절, 잡을 수 있는 동물은 모두 생존의 수단이었습니다. 그러나 현대화된 농업과 유통망이 발달하면서 굳이 야생동물을 잡아먹을 필요는 사라졌고, 동물복지와 생태계 보존의 관점이 더해지며 이들의 식용은 역사 속 풍경으로 남게 되었습니다.

아직도 식용으로 소비되는 동물들

그러나 모든 동물이 '먹지 않는 존재'로 완전히 전환된 것은 아닙니다. 세계 각지에서는 여전히 야생동물 식용이 남아 있는 곳이 존재합니다. 예컨대 아프리카 일부 지역에서는 원숭이나 악어, 뱀 등이 민간 식용 자원으로 활용되며, 중국이나 동남아에서는 박쥐나 천산갑 같은 동물이 불법적으로 거래되기도 합니다. 이들은 식용과 민간요법, 지역 신앙 등과 얽혀 있어 단순히 '먹느냐 마느냐'의 문제가 아닌 복합적 이슈로 이어집니다.

'먹는 것'과 '함께 살아가는 것'의 경계

동물 식용의 역사는 단순히 '무엇을 먹었는가'를 넘어섭니다. 이는 인간이 자연과 맺은 관계, 사회적 감수성, 과학적 인식, 문화적 가치가 어떻게 변해왔는지를 보여주는 지표이기도 합니다. 한때 식량이었던 동물들이 지금은 가족처럼 여겨지는 사례는 그만큼 인간의 감정과 인식이 유연하게 진화해왔음을 의미합니다. 더 이상 '먹지 않는 동물'은 과거의 그림자가 아닌 현재 우리가 선택한 삶의 방식입니다. 동물 식용의 역사를 이해한다는 것은, 우리가 앞으로 어떤 방식으로 동물과 공존해 나가야 할지를 스스로에게 묻는 일이기도 합니다.